부모자녀 관계
매년 7월 특별한 날 국립현충원에 간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처럼 현충일에 현충원에 다녀왔다. 아들이 오래 기다리던 손주들이 태어난 첫 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미국에 있는 아들네 집에 가기 위해서이다. 그곳은 나에게 특별한 장소이다. 아들이 한살이 겨우 넘었을 때 나는 남편을 여의고 4살 배기 딸과 돌 된 아들을 데리고 신명기 5장 10절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는 말씀을 근간으로 지난 40년을 살았다.
시간이 많이 흐르다 보니 올해는 벌써 배위(配位)를 세운 비석이 제법 되었다. 남편이 전장에서 혹은 전장과 같은 상황에서 전사 혹은 순직하고 살아남은 미망인으로 자녀들을 키워내고 예전에 돌아가신 남편곁에 흙으로라도 함께 하게 된 아내들을 위해 합장을 한 무덤들이다. 그런 무덤들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자리를 잡게 되겠지’ 하고 씁쓸하지만 담담한 다짐을 하게 된다.
가정교육이란 부모의 스토리로 다음세대를 세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세대가 흘러가고 있다.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자신을 앙상한 거푸집 삼아 영혼을 갈아 넣어 온갖 내장과 인테리어를 해서 완성품을 만들어 내도 아깝지 않을 존재가 아닐까? 누가 부모에게 그래야 한다고 한 적은 없지만 많은 부모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자동 안전장치로 자녀를 그렇게 애착하며 키우게 마련이다.
하나님은 우리 자녀들을 통해 하나님의 의와 구원이 다음세대까지 이어 지기를 간절히 바라신다. 부모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고, 자녀도 약속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품고 살아가기를 바라신다. 하나님의 바람, 하나님의 이런 소원은 무엇을 통해서 이루어질까? 가정에서 믿음의 전수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면 부모가 어떻게 소통하고 양육하면 이런 은혜를 누릴 수 있을까? 그것은 부모가 좋은 코치가 되면 가능해진다. 코치는 ‘선수를 잘 뛰게하는 존재이다,’ 자녀를 잘 뛰게하는 부모, 자녀가 영적, 인격적, 사회적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부모, 얼마나 멋진 일인가?
* 어린 자녀와 사이좋은 부모코칭 : 애착을 통해 신뢰감 길러주기
“하민아 속상했지? 네가 잘 때 엄마가 외출해서 많이 놀랐지?” 딸이 둘째를 임신한 후 딸 가정과 합가한 지 1년쯤 되었을 때였다. 우리는 살림을 합칠 때 몇 가지 규칙을 정하였다. 규칙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고, 큰아이 하영이는 할미인 내가 데리고 자기, 아직 아기였던 둘째 하민이가 울면 처음에는 엄마가 달래기, 10분이 지나도 안 그치면 아빠도 달래기, 20분이 지나도 안 그치면 할미인 나까지 동원하여 달래기 정도였다. 바로 부모인 딸과 사위의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잠재력을 믿고 코치의 기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었다.
어느 토요일 밤에 생후 6개월이던 하민이가 한밤중에 울기 시작하더니 그치지 않았다. 20분이 넘도록 운 것 같은데, 처음에는 서럽게 울더니 나중에는 화까지 내며 북받쳐 울었다. 자다가 깨어 달려가서 살펴보니 엄마 아빠가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대고 응급실로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득 아이가 이렇게 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낮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토요일 아침에 사위가 아내를 위해 아기를 몇 시간 봐주기로 하여 딸이 큰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 외출할 때 마침 아기가 자고 있어서 살짝 조용히 나갔고, 사위는 아기가 깬 후에 딸이 미리 짜놓은 모유를 데워 먹였다. 외출을 다녀온 딸은 모처럼 큰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남편에게 고마워했고, 사위도 별일 없이 육아를 감당했다고 뿌듯해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아기가 울기 시작한 것이다.
아기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열도 나지 않았고 먹은 게 잘못되지도 않은 것 같았다. 응급실에 가기 전에 아기를 안고 딸에게 물어보았다. 나갈 때 아기에게 소통하고 가지 않은 적이 이번이 처음인지? 그래서 딸에게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딸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하민아, 낮에 네가 잘 때 엄마가 말도 안 하고 외출해서 속상했니? 다음부턴 꼭 너에게 말하고 외출했으면 좋겠어?”하고 물으며 아기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너를 너무 사랑한단다”고 말해주었다.
아기는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금세 울음을 그쳤다. 엄마가 종일 아기를 돌봐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둘 사이에 신뢰와 애착이 형성되어 있으면 엄마가 부재중이어도 불안감 없이 기다릴 수 있다. 다만 대상에 대해 항상 신뢰할 수 있는 ‘대상항상성’ (Object Constancy)이 생길 때까지는 아기를 떠나지 않는다고 안심 시켜주어야 한다.
부모는 애착을 통해 자녀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존재이다. 애착은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아기에게는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삶의 기반이 된다. 애착 관계를 바탕으로 평생 다른 사람과 신뢰 관계를 형성해 가기 때문이다.
에릭슨은 자녀가 영아기에 이루어야 할 발달과제로 ‘기본 신뢰‘를 꼽았다. 이 기본신뢰는 애착을 통해서 형성된다. 애착은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존 보울비(J.Bowlby)가 처음 고안한 개념으로 아기와 엄마 사이가 대표적인 애착 관계이다. 아기와 엄마는 서로 사랑하는 애착관계를 형성하려고 애쓰는데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본능이다. 애착이 건강하게 형성된 아기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느낀다. 안정된 애착이 형성된 아기는 엄마에게 신뢰감을 가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있게 주변을 탐색하며 사람들과 안정된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
애착 형성에 필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사랑과 관심과 믿음이다. 반대로 애착에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불안감이다. 엄마를 비롯한 양육자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아기는 양육자와 분리될 때 극도로 불안해한다. 아기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부모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인 탓이다. 아기는 애착 형성에 실패하면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게 된다. 불안정 애착의 대표적 증상이 바로 분리불안이다. 분리불안은 아기가 엄마를 비롯한 주양육자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떨어지면 매우 불안해하는 본능적인 증상이다.
애착이 건강하게 형성된 아기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느낀다. 안정된 애착이 형성된 아기는 엄마에게 신뢰감을 가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있게 주변을 탐색하며 사람들과 안정된 관계를 발달시킬 수 있다. 애착은 평생이 걸린 삶의 기반이다. 안정된 애착은 긍정적 자아상을 형성한다. 아기는 엄마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고파서 울 때 엄마가 달려오면 자신이 젖(엄마)을 창조해냈다고 여기는 ‘전능한 자아상’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긍정적 자아상의 기초이다. 아기가 자라면서 칭찬받고 격려받으며 엄마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전능한 자아상이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유능한 자아상(긍정적 자아상)으로 변화한다. 이렇듯 애착이 중요한 것은 애착은 본능이자 하나님이 주신 안정장치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공부나 물질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미국의 아들 가정은 결혼 후 8년이나 기다린 자녀들을 키우느라 박사학위 논문을 잠시 멈추고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환경이지만 자녀는 기다려 주지 않으므로 지금은 자녀를 키울 시간이라고 여기고 이 시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아들 내외를 바라보는 할미는 초조해 하지 않고 아들 내외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아이에게 공감해주며, 아이의 뇌에 긍정적 정서가 쌓이고 긍정적 자아상이 형성되어 좋은 성품의 아이로 자라날 것을 기대하며 기도하고 있다.
황지영 나무아래상담코칭센터 대표 (고신대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