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K씨는 지인과 차를 마시기 위해 커피전문점의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뒷머리에 강한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인근의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던 남성이 피해자가 너무 시끄럽게 말을 해서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생맥주잔으로 머리를 내리쳤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피해자는 가정폭력을 피해 이혼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다. 다행히 머리에 박힌 유리 조각을 제거하고 열린 상처를 봉합하고 며칠간의 치료 받은 후에 퇴원할 수 있었다. 어지러워 일어나 앉아 있기도 힘들었지만, 아들을 혼자 집에 둘 수 없어서 퇴원을 서둘렀다.
문제는 치료비였다. 가해자는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였고, 갖고 있는 돈도 없었다. 피해자와의 합의금은커녕 치료비도 내줄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는 치료비를 지불해야 퇴원할 수 있었으나, 치료비를 구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 검찰청에 소재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병원비를 청구할 수 있으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고 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도 미지수이다.
범죄피해자들을 위해 심리상담을 하고 있던 나는 피해자를 만나러 병원을 방문하였다. 피해자는 심리적인 어려움은 차치하고 일단 퇴원시켜 달라고 매달렸다. 병원비를 지원해 주고 피해자를 퇴원시킨 후 심리상담을 지원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난다. B씨는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즐겁게 식사하고 있었다. 갑자기 누가 머리를 강타했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다시 머리에 강한 충격을 느낀 후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B씨는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B씨 역시 치료비를 지불하지 못해 퇴원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만날 수 있었다. 중증 장애인으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고 있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치료비를 지원해줄 수 없다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만행 때문에 피해자는 치료비를 지원해 달라고 울며 애원했다.
범죄피해자들을 만나다 보면 위의 사례처럼 안타까운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들의 경우는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어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폭력피해자인 경우, 폭력을 피해 주거지에서 도망쳐 나왔으나 당장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들을 지원해 주기 위해 여기저기 손을 내밀어 보지만, 도움을 받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존재한 적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일본법을 기본으로 따르고 있어서 존재했으나, 일제 강점기가 끝나며 전쟁으로 인한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이 법은 사라졌다. 그러니 지금의 우리 사회는 전쟁 상황도 아니며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매우 부강해졌고 사회는 풍요로워졌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선한 사마리아인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누구나 범죄피해자가 될 수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되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 강도 만나 모든 걸 빼앗기고 폭행당한 피해자를 목격한 제사장과 레위인은 외면했다. 오로지 선한 사마리아인만 피해자를 도왔다. 예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이제 하나님을 믿는 우리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할 때이다.
/안민숙(피해자통합지원사회적협동조합 빅트리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