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타임즈=이상섭]


“낙담이 아니라 준비로” 통일 대비 로드맵·국제포럼·기도운동 본격화
경직된 남북 관계의 장기화 속에서도, 교회는 침묵 대신 준비를 선택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새로운 시선(A New Perspective)’이라는 기치 아래 통일과 대북 선교를 향한 선제적 정책 수립에 나섰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서부연회는 2월 10일 감리회 일영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단 내 6개 기관과 함께 탈북 난민 지원 및 북한 선교 확대를 위한 공동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간담회는 현안 브리핑을 넘어, 2026년을 ‘통일 대비와 북한 선교 준비의 해’로 선언하는 자리였다.
서부연회 김영민총무
“낙담하지 않는다”새로운 시선의 출발
이번 정책 연대에는 ●서부연회 ●선교국 ●사회평신도국 ●원로장로회 전국연합회 ●남선교회 전국연합회 ●도서출판 KMC 등 6개 기관이 참여했다.
서부연회 김영민 총무는 모두발언에서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20여 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낙담하기보다, 새로운 시선으로 통일과 북한 선교 문제를 바로 인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신교 모든 교단 가운데 가장 선제적으로 2026년도 대북 선교의 장을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감리회의 수장이자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인 김정석 감독회장이 신년 임원 워크숍과 한국교회총연합 기자회견을 통해 천명한 방향성을 구체화한 조치이기도 하다. 김 감독회장은 “2026년은 한국의 모든 개신교단이 북한 선교와 평화통일을 준비해야 할 중요한 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단지 정치적 통일 담론이 아니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교회가 준비해야 할 선교적 책무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선교국 황병배 총무
북한 선교, 수혜가 아닌 ‘동역’의 관점으로
정책 설명에 나선 황병배 선교국 총무는 탈북 동포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들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미래의 선교 자원, 통일 이후 북한 교회 재건의 핵심 리더십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는 국내 정착 북한 이탈 주민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돕는 일과, 그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을 통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복음을 통한 신앙 양육을 통해, 장차 북한 교회 재건을 감당할 지도자로 세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돕는 선교’에서 ‘함께 세우는 선교’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북한 선교의 방향이 인도적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 통일 대비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로장로회 전국연합회장 윤정중장로
기도와 정책, 동시에 가다
원로장로회 전국연합회 윤정중 회장은 개인적 고향 이야기를 꺼내며 통일에 대한 간절함을 전했다.
“평남을 떠나온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고향 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내 세대에 가지 못하더라도 후배들이 전략적으로 북한 땅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의 특공대가 되겠습니다.”
남선교회 전국연합회 박재혁 회장 역시 “분단의 아픔을 해결할 길은 힘이 아니라 사랑으로 녹이는 것”이라며 교회의 연합을 강조했다.
도서출판 KMC 김정수 사장은 탈북 동포와 지도자들을 위한 복음 매체와 기록물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정책 협약을 넘어, 실제적 콘텐츠와 자료 생산으로 이어질 계획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대는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 참여 기관들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대북 선교 및 통일 대비 로드맵 공동 구축
-통일 대비 정책 수립과 실제적 지원 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 포럼 개최
-평화통일 염원 기도회 공동 실시
-국내 탈북 동포 선교 및 이단 침투 대응 체계 강화
-국제 난민 지원 사업 확대
-탈북민 대상 문서·교육 자료 지원 사업 추진
-인도적·문화적·전략적 접근의 통합
남선교회전국연합회장 박재혁장로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김영민 총무는 “오늘 발표된 전략과 실행 계획은 단순한 종교 활동을 넘어 인도적, 문화적, 전략적 접근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 인도적 접근 — 탈북 난민 및 정착 동포 지원 확대
둘째, 문화·교육적 접근 — 다음세대 지도자 양성 및 복음 콘텐츠 개발
셋째, 전략적 접근 — 통일 대비 정책 수립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
이는 북한 선교를 단편적 사역이 아니라,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규정한 것이다.
도서출판KMC 김정수사장
‘새로운 시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A New Perspective’라는 이번 정책의 슬로건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첫째, 통일을 정치 담론이 아니라 선교적 사명으로 재인식하겠다는 선언이며,
둘째, 탈북 동포를 보호의 대상이 아닌 동역자로 세우겠다는 관점의 전환이며,,
셋째, 한국교회 안에서 감리회가 선제적으로 길을 열겠다는 책임의식이다.
경직된 남북 현실 속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교회는 언제나 ‘준비하는 공동체’로 존재해 왔다. 상황이 열리기 전에 먼저 기도하고, 먼저 사람을 세우고, 먼저 길을 닦는 것이 교회의 방식이었다.
이번 6개 기관의 공동 대응 체계는 그 준비의 시작이다.
사회평신도부 이남희부장
맺는말
통일은 기다림이 아니라 준비다
20여 년 넘게 경색된 남북 관계는 많은 이들을 지치게 했다. 그러나 교회가 선택한 태도는 낙담이 아니라 준비였다.
2026년을 향한 감리회의 선언은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니라, 통일을 신앙의 과제로 다시 붙드는 시도다. 탈북 동포를 미래의 리더로 세우고, 기도운동과 정책 수립을 병행하며, 국제 포럼과 콘텐츠 개발까지 확장하는 이 구상은 교단 차원의 종합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사건이 아니다. 준비된 공동체 위에 찾아오는 역사적 전환이다.
감리회가 던진 ‘새로운 시선’은 바로 그 준비의 방향을 묻고 있다.

(정론타임즈=이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