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피노 리조트(고성)에서 열린 제36회 감리회 총회 입법의회(2025.10.28~30)는 “희망·도약·동행”이라는 주제 아래, 교단 개혁과 제도개선을 향한 기대 속에 막을 올렸다. 그러나 주요 개정안들이 잇달아 부결되며 ‘개혁의 좌절’과 ‘체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Ⅰ. 변화와 발전에 대응할 능력의 한계 ― ‘입법의회 폐지론’까지 거론
이번 입법의회에는 교단의 미래를 좌우할 굵직한 개혁안이 다수 상정되었으나, 대부분 부결되었다.
감리회 내부에서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입법의회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 회의론, 이른바 ‘입법의회 폐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장정개정위원회(위원장 김필수 목사)는 시대의 변화와 교회의 현실에 맞춰
△감독회장 4년 겸임제 △감독‧감독회장 선거일 조정 △유지재단 편입 재산 조정 △은퇴일 조정 △목사고시 신설 △지방회 재편 △은급부담금 인상 등
여러 법안을 제안했으나, 보수적 반대와 가치관의 충돌, 절차 논란 속에 다수가 부결되며 개혁의 동력은 약화되었다.
결과적으로, 감리회는 “변화의 방향성에 대한 합의”라는 과제를 다시금 안게 되었다.
Ⅱ. 부결된 주요 법안들 ― 변화의 시간을 늦추다
• 감독회장 4년 겸임제
교단 리더십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시도였으나,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와 구성원 간 이해충돌로 부결되었다.
20여 년 전임제 도입 이후 누적된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현 제도 유지’가 선택되며, 구조개혁의 첫 관문이 좌초했다.
• 감독‧감독회장 선거일 조정 및 총회 개최 월 변경
임기 중첩을 해소하기 위한 조정안이었으나, 충분한 논의 없이 교권 이해관계가 얽혀 통과되지 못했다.
일부 충돌 조항은 다음 입법의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 유지재단 편입 재산 축소안
교회 재산의 공적 관리 대상을 필수재산으로 한정하고, 자율성 강화를 취지로 했으나 “투명성 약화” 우려가 제기되며 부결되었다.
• 은퇴일 조정안
정년 연장의 수단으로 인식되어 부결되었다.
• 목사고시 신설 및 목사안수제 개편
수련목 제도를 폐지하고 실력 중심의 안수 체계 확립을 목표로 했으나, 시행 혼선 우려로 보류되었다.
• 지방회 재편(23개교회→50개교회)
지방행정 효율화를 위한 구조개편안이었으나, 농촌·소형교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결되었다.
• 은급부담금 인상(2.2%→2.5%)
은퇴자 복지 안정을 위한 재정개혁이었으나, 재정 부담과 투명성 논란으로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 통과·신설된 안건
화해조정위 기능을 심사위원회로 이관, 정회원 연수과정에 임상목회교육(CPE) 연구 추가,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 입법의회 대표 여성 및 50세 미만 15% 선출 규정 삭제, 장정개정위원회 구성 시 여성 및 법조인 포함, 출산교역자 인사처리 신설, 선교국 산하 법인 설립 등 일부 개정·신설안은 통과되었다.
Ⅲ. “변화 보류의 숙제” ― 정체된 제도와 노령화된 인식
입법의회는 본래 ‘감리회의 개혁을 입법으로 완성하는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회기에서는 개혁이 아닌 ‘현상 유지’로 귀결되었다.
젊은 세대와 현장 목회자들은 “변화를 읽지 못하는 구조”, “기득권 인식에 안주한 세대의 벽”을 지적한다.
조선후기 실학적 개혁을 가로막은 유림의 반대처럼, 쇄국정책으로 근대화의 기회를 잃은 조선처럼, 그리고 세대 단절과 신앙 노령화로 침체를 겪는 유럽 교회의 현실처럼 —감리회 또한 영적 신앙공동체 본분에 기초한, 시대를 아우르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제도적 노후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Ⅳ. 교단 리더십의 책임 ― “우리는 잘하고 있는가?”
감독회장과 본부, 장정개정위원회 모두 이번 결과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개정 논리의 부재, 사전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의 부족, 홍보 미흡, 입법의원 교육 결여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그 결과, 교단의 미래 방향을 결정해야 할 입법의회는 오히려 ‘분열과 불신, 그리고 허탈감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교단 집행부를 불신의 시선으로 보는 일부 입법위원도, 동역의 시선으로 교감하려 노력해온 교단 집행부도, 이제는 서로를 향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Ⅴ.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은 ‘개혁의 길’
감리회는 한국선교 150주년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잘하고 있는가?”
이번 입법의회는 제도개혁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 좌절 속에서도 다음 세대에게 ‘성찰의 과제’를 남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체제, 새로운 리더십 구조, 새로운 세대의 참여다.
교단이 변화의 언어를 잃지 않고 다시 도약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입법의회를 넘어선 근본적 제도개혁과 세대교체의 결단이 필요하다.
“희망·도약·동행”이라는 표어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이번 입법의회가 보여준 것은 ‘희망의 유예’였다.
감리회가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그 희망은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델피노 리조트 / 제36회 총회 입법의회 취재
정론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