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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파괴적인 수치심에서 사회 이로운 수치심으로 나아가기
  • 박상준 주필
  • 등록 2025-02-23 08: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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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치심의 정의와 종류

'파괴적인 수치심과 사회에 이로운 수치심’


어떤 일이 도마 위에 오르면 그 일의 당사자는 밖으로는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받고, 안으로는 본인의 도덕성을 위배함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낀다. 유명세가 있는 사람일수록 더 냉혹한 질타를 받는 것 같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런 패턴은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유명인이 어떤 사건·사고에 휘말린 기사를 접하면, 나도 모르게 이 사람이 버텨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같은 것이 떠오른다. 힘들겠지만 버텨주고 용서받아 제 삶을 살아주기를 바라는 응원 말이다. 


예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나종호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목소리는 남아있는 생명마저 저버리지 않도록 막아서는 처절한 방어전선이고, 이를 게이트키퍼라고 부른다. 


유명인이 어떤 사건·사고에 휘말렸을 때 나종호 교수는 사안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법적 처벌 이후에는 개인이 치료와 재활을 통해 계속해서 공동체에 속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수치심', 특히 '사회에 이로운 수치심(prosocial shame)'의 개념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나종호 교수가 유명인의 물질 중독 사건이 한창 쟁점이 되었을 때 자신의 브런치 계정 게시한 글이다. 


“<도파민 네이션>의 저자이자 스탠포드의 중독 정신과 전문의인 아나 렘키 교수는 수치심을 ‘사회에 이로운 수치심(prosocial shame)’과 ‘파괴적인 수치심(destructive shame)’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사회에 이로운 수치심이란, 대상자가 되는 개인을 비판하되 공감적인 태도로 수용(acceptance) 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다음 단계를 제시해주는 겁니다.... 반면에 파괴적 수치심이란, 비난만 하고 당사자를 사회에서 밀어내는 것입니다.”



2. 수치심과 자살사고


원래도 수치심을 느끼면 우리는 회피하고 싶어진다. 이런 사람에게 '파괴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모는 꼴이 된다. 그러면 어떠한 현명한 판단도, 논리적인 언행도, 아마 사람들이 바라는 자숙도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수치심은 관련 경험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것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의 강렬한 경험으로도 수치심이 '내재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내재화된 수치심(internalized shame)은 이후 자동적으로 수치심을 촉발하고, 처음에는 특정 일 혹은 사람에 국한된 것이 결국에는 자기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 그 결과 여러 정신적 어려움을 동반하여 자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처럼 내재화된 수치심(internalized shame)은 자살사고(suicidal ideation)와 연관이 있으며, 이미 여러 연구에서 둘 사이의 관련성을 밝혔다. 



3. 파괴적 수치심에서 사회에 이로운 수치심으로

'사회에 이로운 수치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 방안'


파괴적인 수치심에서 사회에 이로운 수치심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문제와 사람을 구분하여 접근하기

문제는 문제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그 사람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 인격적인 모욕과 발언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는 수치심을 이미 내재화하려는 사람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내가 일으킨, 혹은 내가 처한 문제는 그에 맞는 대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고. 사람인 나는 살고 봐야 한다. 


▶ 구체적인 대안 제시/찾기

비판받아 마땅한 것을 감내한 사람에게는 살길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어떻게 행동을 수정해야 하는지,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 주자.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 당신이라면, 내가 지금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것부터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지지적인 환경 조성/접근 

수치심을 극복하고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지적이고, 수용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자. 그리고 수치심에 힘들다면 지지적인 환경 속으로 찾아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 심리치료 및 정신건강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연결/참여하기 

아마 우울감, 불안, 수면 어려움 등 다양한 정신건강 영역에 적신호가 들어올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적절한 개입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수치심을 강렬하게 불러일으키는 사건 발생으로부터 일주일 이후에도 상태가 더 심해진다면 급성 스트레스 장애가 아닌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면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수치심을 입은 영혼을 온유한 심령으로 대하고 바로 잡는 공동체의 역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수치심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이를 이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수치심을 입은 영혼을 용서하고, 회복하도록 돕는 것은 이미 성경에도 나타나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 잘못을 저질러 수치심을 겪는 자를 용서하고 회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예수님께서는 형제가 죄를 범하면 일곱 번뿐 아니라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하라고 하셨다(마 18:22). 이는 우리에게 용서의 무한한 가능성과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또한 "형제들아, 사람이 무슨 범죄에 들었더라도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마음으로 바로잡고, 너 자신을 돌아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라고 가르쳐주셨다(갈 6:1). 이는 수치심을 겪고 있는 영혼을 온유한 마음으로만 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바로잡아’ 회복도록 도우라는 의미로 들린다. 

지금 영혼의 잠수를 타며, 수치심으로 인해 교회와 멀어지고 있는 영혼이 있다면, 우리 공동체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어떨까?

/윤나이 기자(정론타임즈 기자 및 칼럼니스트, 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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