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의(의장 김정석 감독회장)는 국회에 발의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최혁진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2215932호)과 관련해 우려의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민법은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중시하는 법이며, 사인(私人) 간 이해조정의 기본법으로써 사적 자치, 사유재산권 보장을 전제합니다. 따라서 비영리법인의 행정적 제재(감독, 해산, 재산몰수)를 포함한 위 법안은 기존의 민법 체제에 부합하지 않고 충돌 우려가 있기에 제정을 재고해야 할 것입니다. 반사회적 종교단체의 제재를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면 그 방법은 기본법인 민법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특별법(가칭 ‘반사회적 종교법인의 해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 개정안이 가진 심각한 문제점들을 심사숙고하길 정중히 요청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밝힙니다. 이는 4월에 열린 국내 10개 정기연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안입니다.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5932)에 대한 감리회 입장문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입법을 촉구하며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의(의장 김정석 감독회장)는 최근 발의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5932)을 둘러싼 논의와 관련하여 깊은 관심과 함께 신중한 입장을 밝힌다. 본 개정안은 일부 법인의 위법 행위와 정치적 개입 문제를 바로잡고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보다 정교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감리교회는 역사적으로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강조해 온 교회이며, 동시에 정교분리의 원칙을 존중해 온 신앙공동체이다. 우리는 교회가 국가 권력과 결탁하거나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며, 반대로 국가 권력이 종교의 본질적 영역을 침해하는 것 또한 단호히 반대한다. 이번 논의는 바로 이 두 경계선이 어디에 설정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중요한 계기이다.
첫째,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보다 명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개정안은 종교법인의 조직적 정치 개입을 제한하고 있으나 그 적용 범위가 불명확할 경우 설교와 신앙적 발언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종교는 본질적으로 가치와 윤리를 선포하는 공동체이며 사회적 문제에 대한 도덕적 판단과 신앙적 입장을 표현하는 것은 종교의 고유한 사명이다.
따라서 단순한 신앙적 견해 표명과 조직적·의도적 정치 개입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교회가 특정 정당 혹은 후보를 지지하거나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는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될 수 있으나 설교와 가르침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윤리를 언급하는 것까지 제한한다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은 이 경계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규정은 종교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행위”와 같은 조항은 해석의 여지가 넓어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불명확성은 종교단체로 하여금 스스로를 위축시키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신앙적 표현과 사회적 역할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은 최소한의 규제와 최대한의 자유라는 원칙 위에서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조사권과 감독권의 행사에 있어 권한 남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주무관청에 부여된 자료 제출 요구, 현장 조사, 출입 및 진술 요구 등의 권한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 필요할 수 있으나 그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종교 활동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강제성을 수반하는 조사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과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사법권 남용에 대한 통제와 엄격한 요건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종교법인의 재산에 대한 처리 방식은 종교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교회의 재산은 단순한 법인 자산이 아니라 신앙공동체의 헌신과 믿음이 축적된 공적 자산이다. 이를 일률적으로 국고에 귀속시키는 방식은 과도한 제재로 인식될 수 있으며, 종교 공동체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보다 공익적이고 환원 가능한 방식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섯째, 법인 설립허가 취소와 같은 중대한 결정을 행함에 있어 사법적 절차에 관한 통제 강화가 필요하다. 행정기관이 법인의 존폐를 좌우하는 권한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구조는 권력 집중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정교분리 원칙의 또 다른 측면인 권력의 균형과 견제라는 관점에서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한편, 감리교회는 일부 종교 단체의 법인격 남용과 정치적 결탁, 반복적 위법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며, 교회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화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 해결 방식은 종교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법 행위를 중심으로 한 정밀하고 단계적인 법적 대응이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최혁진 국회의원(무소속)이 대표발의한 「민법 일부 개정안」(의안번호 제2215932)에 반대하면서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정교분리 원칙의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여 신앙적 발언과 조직적 정치 개입을 엄격히 구분할 것.
둘째, 위법 행위에 대한 규제는 종교 자체가 아니라 행위 중심으로 설계할 것.
셋째, 제재는 시정명령, 활동 제한, 허가 취소 등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비례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것.
넷째, 재산 처리 방식은 국고 귀속 일변도가 아니라 공익적 활용 방안을 포함하여 재검토할 것.
한국감리교회는 이번 논의가 종교와 국가의 건강한 관계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정교분리는 종교를 배제하기 위한 원칙이 아니라 종교와 권력이 서로를 침해하지 않도록 지키는 자유의 장치이다. 이 원칙이 흔들릴 때 종교뿐만 아니라 국가도 건강성을 잃게 된다.
우리는 국회와 정부가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입법 과정을 통해 종교의 자유와 공공성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또한 종교계 역시 자기 성찰과 책임 있는 참여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선을 향한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민법 개정 논의는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이다. 그 기준이 자유를 지키면서도 공공성을 세우는 방향으로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2026년 4월 7일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의
감독회장 김 정 석
서울연회 김성복 감독 / 서울남연회 유병용 감독 / 중부연회 황규진 감독 /
경기연회 서인석 감독 / 중앙연회 김종필 감독 / 동부연회 우광성 감독 /
충북연회 백종준 감독 / 남부연회 이웅천 감독 / 충청연회 박인호 감독 /
삼남연회 박준선 감독 / 호남연회 / 미주자치연회 권덕이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