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타임즈]

4.입법의회를 다시 세우려면, 장정을 다루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ㅡ매번 개정하지만,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감리회는 매 회기 입법의회를 통해 장정을 개정한다.
조항은 늘어나고, 문장은 정교해지고, 시행세칙은 더욱 세분화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반복되는 질문은 단순하다.
“왜 문제는 계속 반복되는가?”
장정은 개정되지만, 갈등은 줄지 않는다.
규정은 추가되지만, 해석의 혼선은 사라지지 않는다.
징계와 재판은 진행되지만,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문제는 조항의 부족이 아니라, 장정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ㅡ보수적 정책 구조가 형성된 이유
감리회의 정책 결정 구조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교단은 신학적 연속성을 중시한다.
●급격한 변화는 분열의 위험을 동반한다.
●전통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안정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태도는 역사적으로 감리회를 보호해 온 측면도 있다.
급진적 변화보다 점진적 개정을 선택해 온 방식은 분열을 최소화하려는 지혜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보수적 구조가 어느 순간부터 ‘변화 회피 구조’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ㅡ장정은 개정 중심이 아니라 연구 중심이어야 한다
현재의 장정 개정 방식은 대부분 “사안 발생 → 조항 보완”이라는 사후적 구조다.
문제가 생기면 조항을 덧붙이고, 갈등이 생기면 제한 규정을 추가한다. 그 결과 장정은 점점 복잡해지고, 해석은 더 어려워진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이 문제가 반복되는가?
●구조적으로 무엇이 충돌하고 있는가?
●5년, 1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체계인가?
이를 위해서는 장정개정위원회가 아니라 장정연구위원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개정은 기술적 작업이지만, 연구는 철학적 작업이다.
장정은 단순한 규정집이 아니라 감리회의 신학과 정치 구조가 반영된 헌법적 문서다. 그 문서를 다루는 방식이 단기 처방 중심이라면, 교단의 미래 또한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ㅡ입법의회는 ‘통과의 장’이 아니라 ‘토론의 장’이어야 한다
현재 입법의회는 상정된 안건을 처리하는 구조에 가깝다.
시간의 제약, 회기 운영의 한계, 사전 숙의 부족으로 인해 깊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 결과,
●복잡한 조항이 충분한 검증 없이 통과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 유지되거나
●해석 논쟁이 다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입법은 다수결의 기술이 아니라, 합의 형성의 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 공청회 제도 강화, 정책 연구 보고서 의무화, 조항 영향 분석 시스템 등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
ㅡ개혁은 급진이 아니라, 책임 있는 설계다
일부에서는 제도 개편 논의가 나올 때마다 “너무 급진적이다”, “전통을 흔든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개혁은 전통을 부정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을 지키기 위해 구조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지금 감리회는 감독 선거, 행정 구조, 재판 제도, 연회 운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반복되는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피로 누적 현상이다.
보수는 안정의 가치다.
그러나 안정을 이유로 문제를 미루는 순간, 보수는 개혁의 반대편에 서게 된다.
ㅡ법은 늘어났지만, 신뢰는 줄어들었다
감리회는 규정상 부족함이 없는 교단이다.
문제는 법의 양이 아니라 신뢰의 질이다.
신뢰는 공정성에서 나오고, 공정성은 명확성에서 나오며, 명확성은 구조적 정비에서 나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조항이 아니라,
장정을 바라보는 철학의 전환이다.
영적 결론: 교회는 질서 위에 세워진다
입법과 장정 개편은 행정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회의 거룩성과 직결된 문제다.
성경은 “모든 것을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하라”고 가르친다.
질서는 보수의 전유물이 아니고, 개혁의 적도 아니다.
질서는 공동체를 지키는 하나님의 방식이다.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우리는 제도를 점검한다.
복음을 믿기에 우리는 구조를 정비한다.
감리회의 미래는 열정만으로 오지 않는다.
공정한 제도 위에 세워질 때, 비로소 부흥은 지속될 수 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정을 고칠 것인가,
아니면 장정을 다루는 방식을 바꿀 것인가.
변화의 접점에 선 감리회가 선택해야 할 시간이다.
(정론타임즈=이상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