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타임즈]

신춘논단(新春論壇) 여는글
우리는 급변하는 문명 전환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복음은 변하지 않지만, 복음을 담는 구조는 점검되어야 한다. 감리회의 당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구조를 새롭게 할 용기를 선택해야 한다.
변화의 시대 속에서 감리회 또한 멈출 수 없다.
새봄을 맞아 정론타임즈는 감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자 「신춘논단」을 마련했다.
앞으로 7주에 걸쳐, 교단이 직면한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성찰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본지 필진의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더 깊고 전향적인 논의로 확장되어 감리회의 위기를 넘어서는 실천적 분위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다음과 같은 주제로 매주 '목요일'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
1주차|고령화 사회, 교회 경영의 기본이 변해야 한다
2주차|미자립교회 시대, 선교의 틀을 다시 짜다
3주차|본부와 연회, 구조가 문제다
4주차|입법의회를 다시 세우는 길 – 장정 ‘개정’이 아닌 ‘연구’
5주차|선거제도 안에서 감리회의 품격을 회복할 수 있는가
6주차|감리회 해외선교, 흩어질 것인가 묶일 것인가
7주차|감리회의 미래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다
위기를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않고,
비판을 제기하되 공동체를 세우는 방향으로,
감리회의 내일을 함께 묻고자 한다.
ㅁ신춘논단(新春論壇)
감리회,변화의 접점에서 길을 묻다
1. 고령화 사회, 교회 경영의 기본이 변해야 한다ㅡ
“교회는 아직도 젊은 사회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미 고령사회 단계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인구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전환을 요구하는 거대한 흐름이다.
문제는 교회다
교회 역시 이 사회 안에 존재하지만, 교회의 운영과 사고방식은 여전히 ‘젊은 사회’를 전제로 설계된 구조에 머물러 있다. 성장 중심, 헌금 중심, 프로그램 중심, 인력 중심의 교회 경영 방식은 이미 현실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감리회는 한국교회 안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빠른 교단에 속한다. 교인 평균 연령, 교역자 연령, 재정 구조 모두가 고령화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이 변화를 ‘위기’로만 말할 뿐, 교회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논의에는 충분히 이르지 못하고 있다.
ㅡ고령화는 교회의 ‘현상’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문제다
고령화 사회에서 교회의 가장 큰 착각은 이것이다.
“어르신들이 많아졌으니, 노인 사역을 강화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고령화는 특정 사역 하나를 추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회의 존재 방식과 운영 논리 자체를 다시 묻게 만드는 구조적 변화다.
첫째, 재정 구조의 변화다.
고령 교인 중심 교회는 헌금 총액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소득 감소, 의료비 지출 증가, 생활 안정에 대한 불안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신앙의 열심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교회가 과거의 재정 모델을 유지한 채, 헌금 감소를 ‘신앙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 인적 자원의 변화다.
교회 운영을 떠받치던 중장년 평신도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 장기 봉사에 따른 피로감, 건강 문제, 세대 단절이 겹치면서 교회 내 핵심 인력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 결과, 소수에게 과도한 책임이 집중되고, 이는 다시 교회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셋째, 사역 패러다임의 한계다.
지금까지 교회는 ‘모으는 교회’, ‘성장하는 교회’를 이상적인 모델로 삼아왔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은 더 이상 규모 확대에 있지 않다. 오히려 ‘지속되는 공동체’, ‘돌봄을 제공하는 공동체’, ‘지역과 함께 늙어가는 공동체’로의 전환이 요청된다.
교회 경영의 중심은 ‘확장’이 아니라 ‘유지와 돌봄’으로
이제 교회 경영의 기본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고령화 사회의 교회는 기업형 성장 모델을 답습할 수 없다.
대신 다음과 같은 전환이 요구된다.
첫째, 교회는 예배 중심 기관에서 돌봄 중심 공동체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배는 여전히 교회의 중심이지만, 그것만으로 교회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고령 교인에게 교회는 신앙의 공간이자, 관계의 공간이며, 정서적 안전망이다. 교회는 노년의 외로움, 질병, 상실을 함께 견디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둘째, 재정 운영의 목표를 ‘확대’가 아닌 ‘안정’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무리한 건축, 과도한 프로그램 운영, 인력 확장은 고령화 교회에 치명적이다. 오히려 지출 구조를 단순화하고, 필수 사역에 집중하며, 장기적 유지가 가능한 재정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교회 리더십 구조의 분산이 필요하다.
한두 명의 헌신에 의존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소규모 역할 분담, 연합 사역, 지역 교회 간 협력 모델을 통해 부담을 나누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ㅡ감리회가 직면한 고령화, 교단 차원의 응답이 필요하다
고령화는 개교회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교단 전체의 구조 문제로 이어진다. 감리회는 이미 다수의 교회가 고령화와 미자립 상태를 동시에 겪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는 개별 교회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교단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되어야 한다.
고령 교회 중심 시대에 맞는 교회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자립’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유효한가, 아니면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가?
고령 교회와 젊은 교회를 연결하는 연대 모델은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고령화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교회를 소멸의 길로 이끌 것이다.
ㅡ위기는 기회다, 그러나 준비된 교회만 기회를 얻는다
고령화 사회는 교회에 위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속도와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느림과 관계, 돌봄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공동체는 오히려 더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교회가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규모는 작아져도 존재 가치는 더 분명해질 것이다.
이러한 논의 앞에서 “교회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목회자와 지도자들의 주장도 있다. 그 말은 틀리지 않다. 교회는 언제나 기도 위에 서야 하고, 인간의 계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다만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현실을 외면하는 신앙이 아니었다. 느헤미야는 기도하며 성벽을 쌓았고, 요셉은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면서도 시대의 구조 속에서 책임 있는 선택을 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문화가 삶의 방식과 관계의 질서까지 바꾸고 있는 오늘의 시대에, 교회 역시 “어떻게 믿을 것인가”에 대한 공감의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교회의 변화는 믿음의 후퇴가 아니라 더 깊은 신뢰의 표현이다.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우리는 교회의 구조를 돌아보고, 하나님을 의지하기에 다음을 준비한다
ㅡ문제는 준비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변화된 현실 속에서 새로운 교회의 길을 설계할 것인가.
신년 새봄을 맞으며 감리회는 다시 물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교회로 남을 것인가.
(정론타임즈=이상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