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19 신고 건수는 몇 건이나 될까? 놀랍게도 2023년 연간 119 신고 건수는 약 1,196만건(출처: 2024 소방청 통계연보)으로 화재 발생이나 응급 환자 발생 뿐 아니라 교통사고 등 사고 현장에서의 인명 구조, 동물 포획이나 벌집 제거 등 생활안전 분야에서의 출동 수 또한 매우 많다.
소방공무원은 불규칙하고 긴 근무 시간, 예측하기 어려운 근무 상황, 그리고 처참한 재난 현장에 반복하여 노출되는 것과 관련한 잦은 외상(트라우마, trauma) 경험 등 다양한 업무 특성으로 인해 정신건강이 매우 취약한 직업군이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이 불을 끄지 않거나, 인명 구조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교대근무를 하지 않을 수도 없으므로 그들의 업무 특성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을 업무 특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요인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많은 연구에서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社會的支持)가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사회적 지지는 사회적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긍정적 자원을 의미하는데, 사회적 지지는 직무 스트레스,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 소진 등 정신건강 문제로부터 소방공무원을 보호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지는 소방공무원의 직무 만족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외상 후 성장(외상 사건 경험 후 경험하는 심리적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소방공무원을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로부터 보호하고, 그들의 외상 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소방공무원의 사회적 지지 강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가족의 지지, 친구나 동료의 지지를 경험할 때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로부터 보호받고, 외상 후 성장이 촉진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소방공무원의 경우 근무 중 동료와 함께 외상 경험을 하기 때문에, 함께 경험한 외상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지지해주는 동료의 지지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가족 지지의 경우 소방공무원이 근무 중 경험한 다양한 외상 후 스트레스, 직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방공무원의 가족 또한 소방공무원의 업무로 인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어 소방공무원은 가족들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소방공무원의 동료 지지, 가족 지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방공무원의 사회적 지지에 있어 국민의 지지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119에 신고하고, 119 구급대원이 출동하여 응급처치 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중요하면서도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인데 자신에게 도움을 주러 온 구급대원을 오히려 폭행하는 시민들이 많고,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2023년 보고된 119 구급대원 폭행 건수는 245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113건이나 증가하였다(출처: 2024 소방청 통계연보). 심지어, 주취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주취자가 구급대원을 구타하여 구급대원이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 지역 소방재난본부 조사에 따르면 민원인으로부터 전화 폭언을 경험한 소방공무원은 34.19%로 나타났으며, 폭언 경험 당시에 경험하는 충격에서 그치지 않고 전화 폭언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계속 시달리는 소방공무원이 53.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공무원은 나 자신, 또는 내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우리의 생명을 구해주는 존재이며 어느 누구도 소방공무원의 도움을 받지 않을것이라 자신하지 못한다. 소방공무원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언·폭행은 소방공무원의 안전 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소방공무원 폭언·폭행 관련 법률이 강화될 필요도 있지만,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더 이상 소방공무원 폭언·폭행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우리 국민이 위급할 때 가장 먼저 도움을 주는 소방공무원, 이제 국민이 소방공무원의 안전을 지켜줄 때이다./이나윤 부산소방마을돌봄센터 소장, 동아대학교 간호학과 교수